판교 돼지맨숀 방문 솔직후기
이베리코 돼지 고기가 먹고 싶어서 방문한 판교 돼지맨숀을 리뷰해본다. 돼지맨숀은 판교 아브뉴프랑에 위치하고 있다. 판교 돼지맨숀에서는 국내산 숙성 삼겹살과 목살, 이베리코 돼지를 판매하고 있다. 이베리코 돼지는 스페인의 돼지 품종인데 스페인 이베리아 반도에서 생산된 돼지라 이베리코라는 이름이 붙었다. 우리가 먹는 이베리코 돼지는 자연 방목으로 사육되는데 운동량이 많아 육질이 쫄깃하다고 한다. 방목 기간 동안 이베리코 돼지는 풀과 도토리 등을 먹이로 먹으며 큰다. 주 먹이인 야생 도토리에 함유된 올레산이라는 성분 덕분에 이베리코 돼지만의 특유의 풍미가 나고, 사육 기간이 길어서 지방이 많고, 감칠맛이 농후하게 배어 있다.
금요일 저녁 6시 30분도 안되었는데 판교 돼지맨숀은 이미 만석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전 좌석을 활용하지 않는 이유도 있고, 예약 손님 때문에 비워 둔 테이블도 있었다. 그래도 충분한 테이블이 있었는데 판교가 아무래도 직장인이 많은 곳이다 보니 일찍 퇴근한 직장인들이 자리를 선점하는 것 같다. 그냥 다른 곳으로 갈까 하다가 금요일 저녁이라 맛집이라면 어디든 대기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앞에 2팀밖에 없어서 일단 웨이팅 명단을 작성하고 아브뉴프랑 매장들 구경하면서 걸었다. 일찍 식사를 마친 손님들 덕분에 금방 전화가 와서 대략 20분 정도 기다렸다가 들어갈 수 있었다.
판교 돼지맨숀의 대표 메뉴는 국내산 숙성 돼지고기와 스페인산 이베리코 돼지고기였다. 360 숙성 프리미엄이라고 적혀있는 것 보면 15일간 숙성을 거친 삼겹살과 목살인가 보다. 국내산 숙성 목살과 이베리코 목살 둘 다 비교하면서 먹어보고 싶어서 직원분께 여쭤보니 하나씩 주문도 가능하지만 두툼 목살의 경우 두툼하게 드시는 게 좋다고 하셔서 이베리코 두툼 목살로 2개 먼저 주문했다.
판교 돼지맨숀의 기본 반찬들이 깔렸다.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반찬으로는 백김치와 미나리, 명이 나물, 초생강이 나왔다. 그리고 고추냉이, 청어알, 와인 소금, 피시 소스와 돼지맨숀 특제 마약 소스가 나왔다. 판교 돼지맨숀의 메뉴판 뒤를 보면 맛있게 먹는 방법이 설명되어 있다. 갖은 밑반찬, 소스류와 고기의 맛있는 조합을 소개해두었다. 고추냉이와 청어알, 소금은 개인 접시에 미리 덜어두면 먹기 좋다고 하셔서 고기가 구워지는 동안 개인 접시에 덜었다. 그리고 파무침이 뒤늦게 서브되었는데 모양새를 보아하니 기계가 아닌 손으로 직접 채를 치신 듯하다. 고소한 냄새가 나는 파무침이었다. 돼지맨숀 메뉴판에 따르면 지상 최고의 파절이라고 한다.
주문한 이베리코 두툼 목살 2인분이 나왔다. 총 300g이고, 한 덩이도 두툼하긴 한데 굽기 전에 이렇게 한 덩이씩 나누어져 나올 줄 알았으면 국내산 숙성 목살과 하나씩 시켜서 먹어봤을 거다. 마늘과 새송이 버섯 하나가 통으로 함께 나온다. 이베리코 돼지고기는 국내산 목살과 다르게 목살 자체에도 지방이 엄청 많다. 보통 목살엔 지방이 적어 담백하게 먹을 수 있는데 조금만 오버 쿠킹해도 담백함이 아니라 퍽퍽함을 느끼기 쉽다. 하지만 이베리코 돼지고기는 그럴 위험이 현저히 낮다. 워낙 지방이 많아서 기름지고 고소한 목살을 맛볼 수 있다.
테이블 불판 아래 숯이 있고, 점화해 숯에 불을 붙여 불판을 데워주셨다. 불판 온도가 어느 정도 올라가면 이베리코 두툼 목살을 두 덩이와 새송이 버섯을 올려주신다. 판교 돼지맨숀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기를 구워주셔서 덕분에 편하게 먹을 수 있다. 그래서 판교 직장인들이 더 많이 찾을 것 같다. 두툼 목살을 앞뒤로 센 불에 익힌 뒤 레스팅을 위해 유산지에 덮어 5분간 방치해둔다. 보통 스테이크 만들 때 거치는 레스팅 작업인데 돼지고기를 레스팅 작업을 하는 건 처음 봤다. 레스팅을 하면 뭉쳐있던 육즙들이 골고루 퍼지고, 바로 썰었을 때 육즙이 새 나가지 않게 된다. 요즘에는 돼지고기도 두껍게 썰어서 스테이크처럼 구워 먹으니 충분히 활용해 볼 만한 방법이다. 요리를 안 하는 사람들에게는 낯선 레스팅 작업이 전문성 있어 보일 테고, 실제로 맛이 더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이니 좋은 쇼맨십이라는 생각이 든다.
5분 간의 레스팅 후 한입 크기로 고기를 잘라 주셨다. 레스팅 덕분인지 잘랐을 때 보이는 선홍색의 붉은기를 보니, 목살의 익은 정도가 스테이크의 미디엄 레어와 같아 보였다. 이것보다는 조금 더 익혀주고, 바로 맛볼 수 있게 개인접시에 하나씩 올려주셨다. 직원들이 참 친절하고, 서비스가 좋다. 판교 돼지맨숀의 메뉴판 뒤를 보면 이베리코는 80%만 익혀 먹어도 된다는 설명과 서버들이 바쁜 경우 타지 않게 한번씩 뒤집어달라는 안내가 있다. 실제로는 서버들이 워낙 바쁘게 돌아다녀서 우리가 손댈 일이 거의 없었다.
돼지맨숀 100%로 즐기는 방법 또한 설명되어 있었다. 하나, 지상 최고 파절이와 고기를 함께 먹는다. 둘, 청어 알과 미나리를 고기와 함께 먹는다. 셋, 고기 위에 와사비와 초생강을 올려 먹는다. 넷, 명이나물 위에 고기와 미나리를 듬뿍 넣고 싸 먹는다. 다섯, 와인 소금에 찍어 먹는다. 여섯, 돼지맨숀만의 매콤한 피시 소스와 마약 소스에 찍어 먹는다. 돼지맨숀에서 안내해준 방법대로 하나씩 전부 먹어보기로 한다. 미나리와 와사비, 명이나물 등은 자주 먹어보았지만 청어 알과 피시소스, 마약 소스는 어떤 조합일지 궁금해졌다.
가장 먼저 고기 본연의 맛을 맛보기위해 소금만 찍어서 먹어보았다. 와인 소금이지만 느껴지는 큰 차이는 없었지만, 비주얼이 좋다. 와인 소금에 찍은 이베리코 두툼 목살을 한 점 맛보니 확실히 국내산 돼지 목살과는 다르게 기름기가 많다. 그렇다고 느끼할 정도는 아니고, 잡내 없이 기름이 쭉 퍼져 나온다. 이베리코 목살 가운데 심지처럼 부드럽게 씹히지 않는 맛이 있는데 직원분께서 그 부분은 잘게 잘라주셔서 꼬독하게 씹는 맛으로 먹을 수 있었다.
다음 한 점은 고기 위에 청어알과 미나리를 올려 먹는 방법이다. 고기 기름에 살짝 볶아 낸 미나리와 양념된 청어알을 올려서 먹어보니 딱 내 입맛이다. 젓갈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희한하게 고기와 함께 먹는 젓갈들은 참 맛있다. 청어알과 갈치속젓을 함께 양념했는지 청어알에서 갈치속젓의 꼬릿 한 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좋았다. 워낙 작은 청어알이라 날치알만큼 터지는 느낌은 아니지만 식감 또한 좋았다. 살짝 구운 미나리의 향과 청어알을 기름진 이베리코 돼지고기와 함께 먹으면 이베리코만의 특유의 기름진 맛이 반감되어 조합이 썩 좋았다.
초생강과 와사비를 함께 올려먹은 이베리코 두툼 목살은 개인적인 입맛으로는 별로였다. 초생강의 맛이 워낙 강해서 고기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 초생강은 기름진 고기를 먹은 뒤 입을 닦는 용도로 먹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돼지맨숀에 따르면 지상 최고의 맛인 파절이와 함께 먹어보았다. 파절이는 참기름이 고소한 향이 강하고, 기계가 아닌 손으로 썰어낸 굵은 파채여서 파의 알싸한 맛을 잘 느낄 수 있다. 파절이의 맛이 지상 최고는 아닌 것 같지만 정성이 보여서 더 맛이 좋았고, 고기와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이렇게 먹고, 돼지맨숀을 즐기는 마지막 방법으로 안내된 피시소스와 마약 소스에도 찍어먹어 봤는데 솔직히 고기랑 전혀 안 어울려서 한 번 먹고 더 이상 손대지 않았다.
두툼 목살을 거의 다 먹어갈 때 쯤 황제살과 숙성 삼겹살을 추가로 주문했다. 이베리코 황제살은 가브리살, 등심 덧살이라고 보면 되겠다. 지방이 살코기 사이사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어서 식감이 좋고, 고소한 기름 맛을 맛볼 수 있다. 삼겹살은 국내산 삼겹살을 15일 동안 숙성한 삼겹살이다. 삼겹살은 두툼해서 역시 스테이크 굽는 방식으로 앞뒤 양면 센 불에 구워주시고, 이베리코 황제살은 얇아서 앞뒤로 한 번 씩 뒤집은 뒤 먹기 좋은 크기로 바로 잘라주셨다.
이베리코 돼지고기는 소고기처럼 80%만 구워먹어도 된다고 안내해주시고 두툼 목살은 그렇게 먹었다. 구워진 황제살을 개인 접시에 하나 올려주셨는데 익은 정도가 소고기로 치면 미디움 레어 정도로 볼 수 있겠다. 황제살은 딱 저 정도로 익었을 때 먹는 게 가장 맛있다고 하셔서 믿고 먹어봤다. 보이는 생김새가 소고기의 단면을 보는 것 같다. 그리고 맛 또한 소고기 먹는 느낌이었다. 씹었을 때 나오는 기름의 양이나 식감이 치맛살과 유사했다. 이베리코 목살 외에 다른 부위는 처음 먹어보는데 정말 맛있게 먹었다. 이베리코 황제살 가격이 소고기에 맞먹는 가격이라 살짝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다음에 돼지맨숀에 또 방문해도 황제살은 필수로 시켜 먹을 것 같다. 그다음 먹은 삼겹살 역시 맛있게 먹기는 했지만 황제살을 먹고 나서 삼겹살을 먹었더니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삼겹살은 청어 알과 미나리 올려서 술안주로 맛있게 먹었다.
마지막 후식 메뉴로 청국장과 김치찌개를 두고 고민하다가 청국장을 주문했다. 우리 집 남자도 그렇고 나도 그다지 청국장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7년을 함께 하면서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메뉴이다. 하지만 판교 돼지맨숀의 베스트 메뉴이기도 하고, 주위 테이블 전부 청국장은 필수로 먹고 있길래 대표 메뉴로 세울 만한 이유가 있겠다 싶어서 주문해 보았다. 청국장은 꼬릿함이 강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청국장 냄새는 가지고 있었다. 한 입 먹어보니 구수함이 코보다 입에서 더 진하게 느껴져서 맛있게 먹었다. 두부와 고기도 많이 들어있어서 건강하고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후식 메뉴다. 다음에 판교 돼지맨숀에 오게 되면 또 주문할 의향이 있다.
판교 돼지맨숀의 아쉬웠던 점은 고기 냄새보다 청국장 냄새가 강해서 매장에 들어가자마자 쿰쿰한 냄새때문에 그다지 식욕을 올라가지 않았다. 청국장을 파는 줄 몰랐다면 고기 누린내로 착각할 정도여서 솔직히 매장에 들어가자마자 기대감이 뚝 떨어졌다. 그래서 다른 고깃집 갈까 잠깐 고민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맛있게 먹었던 판교 돼지맨숀이다. 돼지맨숀만의 차별점은 딱히 모르겠고, 찾아와서 먹을 정도의 고깃집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누가 가도 대체로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는 곳이다. 평균은 충분히 되는 고기의 맛과 후식의 다양함, 그리고 직원들의 서비스와 친절함이 특히 눈에 띄는 곳이다. 그래서 회사원이 주 고객층인 판교에서 장사가 잘 될만한 고깃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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