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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리아 만들기 :: 과일의 힘으로 맛없는 저가 와인 처리하기

by 리베끼안티 2021. 1. 29.

맛없는 와인으로 샹그리아 만들기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장 보러 가서 와인을 몇 병 들여왔다. 그중에 저렴한 가격에 맛도 괜찮았던 로쉐 마제(Roche Mazet, Cabernet Sauvignon)가 있어서 데일리 와인으로 마시려고 레드로 2병 사 오고, 화이트로 1병 사 왔다. 먹어본 적 없던 로쉐 마제 화이트 와인을 먼저 먹었는데 알 수 없는 맛에 반쯤 먹다가 그대로 흘려보냈다. 로쉐 마제 레드는 괜찮게 마셨었던 와인이라 별 의심 없이 마셨는데 라구 파스타랑 먹으니 자꾸 비린 맛이 났다. 샐러드와 먹을 때는 괜찮았는데 토마토 베이스나 고기와 먹기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가벼운 안주랑 먹어야 잘 어울리는 와인인 듯하다. 로쉐 마제 까베르네 쇼비뇽에는 손이 잘 안 가서 다른 와인만 마시느라 와인 냉장고에서 묵어가고 있었다.

손이 안 가는 맛없는 와인 처리법으로 샹그리아를 만들어 먹으면 좋다. 집에 손이 잘 안가서 남은 과일, 맛이 좀 떨어지는 과일이 있다면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상큼한 맛을 내는 과일 두세 개 정도 아무 과일이나 이용해서 샹그리아를 만들어도 어느 정도 맛있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부담 없이 만들 수 있다. 와인 역시 저가 와인으로도 충분히 맛있는 샹그리아를 맛볼 수 있다. 나는 과일을 잘 안 챙겨먹어서 집에 과일이 없어서 내내 미루다가 마침 부모님 댁 갔다가 과일을 얻어오게 돼서 샹그리아를 만들어보았다.

샹그리아 만들기

샹그리아 만들기

샹그리아 재료: 와인, 오렌지 주스, 탄산수 또는 사이다, 설탕, 각종 과일(사과, 레몬, 오렌지, 라임, 파인애플, 귤, 복숭아, 망고 등등)

샹그리아에 들어가는 재료로 사과, 레몬, 오렌지 이 시트러스 계열 과일 세가지 중 두 가지는 기본적으로 넣는 걸 추천한다. 그래야 상큼함이 가득한 샹그리아를 맛볼 수 있다. 집에 있는 과일을 총 동원해서 꺼내봤다. 사온지 시간이 좀 지난, 하지만 아직 유통기한은 지나지 않은 망고 컵이 있어서 꺼냈고, 레몬도 오래됐지만 아직 맛에 이상은 없다. 딸기는 사 온 지 며칠 되어서 이제 흐물흐물해지려고 할 때라서 빠른 처리를 위해 꺼냈다. 과일의 껍질을 안 까고 통째로 넣어줄 것이기 때문에 과일은 베이킹 소다나 식초를 이용해 깨끗이 씻어준다. 사과는 베이킹소다를 뿌려서 비비면서 박박 닦았다. 레몬과 한라봉은 물에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풀어서 10여 분간 담가 두었다가 흐르는 물로 박박 씻어주었다. 딸기는 꼭지를 따고 물에 헹구어 씻었다.

깨끗이 씻어 준 과일들은 얇게 슬라이스 해준다. 과일은 자유로운 크기로 잘라주면 된다. 잘라놓은 과일이 너무 작아서 목에 걸리지 않을 정도의 크기로 자르면 된다. 나는 와인잔에 과일이 들어가서 마실 때 입에 걸리적거리는 게 싫어서 큼직하게 써는 편이다. 한라봉과 레몬은 양쪽 꼭지만 칼로 잘라서 버리고, 하나씩 전부 이용했다. 오늘 사용한 사과는 과일 크기가 좀 큰 편이라서 반 개만 사용했다. 딸기는 네 개를 슬라이스 했다. 딸기 같은 흐물흐물한 과일은 풀어지면 샹그리아를 탁하게 만든다. 바로 먹을 게 아니라면 무른 과일보다는 딱딱한 과일을 이용하는 게 모양도 그대로 유지되어서 보기도 좋다. 나는 당일 저녁에 먹을 거라서 무른 과일이지만 그대로 넣었다.

샹그리아 만들기

과일을 전부 잘게 잘라주었으면 용기에 차곡차곡 쌓아주면 된다. 단 걸 좋아하시는 분들은 원하는 만큼 설탕을 과일 위에 부어준다. 5~6 스푼정도면 적당히 단 맛이다. 오늘은 달지 않은 샹그리아를 만들 거라서 설탕은 생략했다. 와인은 어떤 와인이라도 상관없지만 이미 단 맛이 강한 스위트 와인은 추천하지 않는다. 드라이한 중저가의 와인 아무거나 사용해서 쌓아놓은 과일 위로 와인을 부어준다. 용기의 3/4 정도만 와인을 채우고 나머지 1/4은 오렌지 주스로 채운다. 오늘 사용한 용기의 크기는 1L였는데, 과일이 생각보다 많아서 와인 한 병(750ml)이 다 담기지 않는다. 남은 와인으로 한 컵 분량 되는 작은 용기에 샹그리아를 하나 더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샹그리아는 잘 밀봉해서 저온에서 숙성해준다. 최소 3시간 이후에 마시는 게 좋고, 냉장고에서 이틀은 숙성해서 마셨을 때 맛이 더욱 좋았다. 밀폐가 잘 되는 용기인 경우 냉장고에서 일주일까지는 두고 마실 수 있다.

숙성 후 샹그리아를 마시기 전 탄산수나 사이다를 넣어주면 된다. 샹그리아를 만드는 과정에서 탄산수를 넣으면 탄산이 다 날아가고 샹그리아의 맛이 연해지기만 하기 때문에 마시기 직전 섞어서 마시기를 추천한다. 6시간 숙성 후 탄산수를 넣기 전에 샹그리아를 마셔보니 워낙 와인 자체도 산미가 강했고, 설탕을 넣지 않아 신 맛이 강했다. 그래서 탄산수 대신 사이다(스프라이트)를 넣어서 사이다의 단 맛으로 신맛을 잡아주었다. 설탕을 넣어서 샹그리아를 만든 경우 사이다 대신 탄산수를 넣어도 충분히 맛있는 샹그리아를 마실 수 있겠다.

캠핑장에서 화이트와인 샹그리아

이건 지난 여름에 집에서 만들어서 캠핑장에 가져가서 마신 샹그리아다. 화이트 와인으로 샹그리아를 만들면 더 상큼하고 보기에도 예쁘고 맛있다. 더운 여름날엔 화이트 와인으로 만든 샹그리아도 추천한다. 여름 제철 과일인 복숭아를 넣을 수 있어서 더 상큼, 달달한 샹그리아를 먹을 수 있다. 화이트 와인으로 만드는 샹그리아는 레드와인으로 만든 샹그리아와 재료를 살짝 달리해서 만들었다. 레몬, 오렌지, 사과는 기본으로 하고, 복숭아와 키위, 망고, 파인애플 등이 잘 어울린다. 만드는 방식은 똑같이 과일을 쌓은 후 화이트 와인을 3/4 정도 붓고, 1/4은 오렌지 주스 대신 청포도 주스를 부었다. 청포도 주스를 이용하니 더 투명하고 청량해 보인다. 이틀간 잘 숙성되어서 더운 여름날 캠핑장에서 상큼, 달달, 시원하게 맛있게 먹었다.

샹그리아를 만드는 과정에서 과일이 많이 들어가고, 오렌지 주스와 탄산수까지 들어가서 샹그리아의 도수는 꽤 약해진다. 와인이 대략 12~14도 정도의 도수인데 샹그리아로 만들면 최소 반은 낮은 도수일 것 같다. 술맛이 싫어서 안 마시는 분들에게는 달달함과 상큼함에 꿀떡꿀떡 넘어갈 맛이고, 술이 약해서 못 마시는 분들도 가볍게 한두 잔 마시는 데는 무리 없을 정도로 약한 도수이기 때문에 분위기 내기에도 좋은 샹그리아다. 술 못 마시는 데 분위기는 내고 싶을 때, 저렴한 와인 하나와 몇 가지 과일이면 쉽게 만들 수 있으니 맛있게 만들어 드셔 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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