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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낙지 손질법 :: 가락시장에서 구입한 산낙지 집에서 처음 손질 해 봄.

by 리베끼안티 2021. 1. 8.

처음 도전한 산낙지 손질

산낙지 참 좋아하는데 우리 집에선 나 혼자만 먹어서 단품으로 사서 먹기엔 한 마리만 팔지도 않고 가격이 좀 부담스러울 때가 많았다. 항상 사이드로 혼자 먹어야 하니까 먹고 싶어도 그냥 넘길 때가 많았다. 이 날은 가락시장에 킹크랩 구입하러 갔는데 역시나 산낙지가 눈에 밟혀서 한 마리 정도는 금방 먹겠지 하고 산낙지까지 추가로 구입했다.

가락시장 대흥수산에서 구입했는데 산낙지 한 마리 요청하니 국내산 산낙지로 잡아주셨는데 사이즈가 문어급이라 급히 작은 걸로 다시 잡아달라고 부탁드렸다. 작은 사이즈 산낙지는 중국산인 듯했다. 국내산 큰 놈 한 마리는 1만 5천 원이었고, 작은놈 중국산 산낙지 한 마리는 7천 원이었다. 이날 인어 교주 해적단 어플에서 본 산낙지 시세는 중국산 산낙지 두 마리에 만 원짜리도 있었는데 한 마리만 사서 7천 원 받나 보다 하고 그냥 흥정 안 하고 그대로 받아왔다. 잘만 흥정하면 킹크랩 구입에 산낙지 서비스로 받을 수도 있을 텐데 이미 킹크랩도 좋은 가격에 샀다고 생각해서 가리비, 조개 서비스만 받고 결제했다. 

킹크랩 포장하면 쪄서 스티로폼에 야무지게 포장해주신다. 산낙지는 손질해주시기도 하는데 손질해서 집으로 가면 덜 싱싱할 거라고 집에서 가위로 자르면 쉽게 먹을 수 있다고 하셔서 도전해보기로 하고 살아있는 상태로 포장해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왠지 해볼 만할 것 같았다. 도전!

산낙지 손질법

집에 도착하자마자 꺼내 본 산낙지. 이런, 아이컨택트 제대로 했다. 살짝 쫄았다. 가락시장에서 매장 아저씨는 산낙지를 따로 씻을 필요 없다고 하셨는데, 인터넷에 검색해 본 바로는 산낙지 빨판에 이물질이 있다고 해서 한번 씻어서 자르기로 결정했다. 따뜻하게 포장해 온 킹크랩이 식기 전에 재빠르게 손질해야 한다. 살아있을 때 애피타이저로 먹어야 한다.

산낙지 손질법

일단 산 낙지를 꺼내보니 그냥 물로만 한번 헹궈봤는데 역시 이물질이 좀 나왔다. 밀가루나 굵은 소금으로 산 낙지를 박박 씻어주면 빨판에 붙어 있는 이물질을 수월하게 제거할 수 있다. 굵은소금 뿌려서 씻으면 산 낙지가 격렬하게 움직일 것 같아서 밀가루로 택했다. 산 낙지가 제법 꿈틀댄다. 도저히 맨손으로는 못하겠어서 고무장갑을 끼고 박박 문질러줬다. 산 낙지의 빨판 위주로 빨래하듯이 비벼주고, 흐르는 물에 헹궈준다. 밀가루로 박박 비비고 나면, 산 낙지다리 사이사이에 밀가루가 많이 껴있어서 대충 넘기지 말고 깨끗하게 물로 잘 씻어준다.

산낙지 손질법

산낙지다리 사이사이 몸통과 다리 사이까지 밀가루를 깨끗하게 제거하고 난 뒤에는 한 손으로는 산낙지 대가리를 잡고, 한 손으로는 다리를 길게 쫙 쫙 펴준다. 예전에 아버지가 산낙지 손질할 때 봤던 거 따라 해 봤다. 쫙쫙 펴주면 물기도 제거되고, 산낙지의 움직임도 둔해진다. 역시나 맨손으로는 못 만지겠어서 고무장갑 끼고 하니 쉽게 할 수 있었다. 축 늘어지는 산낙지.

축 쳐져서 기절한 산낙지 눕혀놓고, 손질 전에 칼도 한번 갈아줬다. 산낙지를 탕탕이 쳐서 먹을 건 아니어서 어느 정도 잘 갈린 주방칼로도 충분했는데 탕탕이 쳐서 먹을 거면 칼이 꽤 날카로워야 할 것 같다. 생물 낙지는 질겨서 한 번에 끊어내기가 조금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굳이 탕탕이 쳐서 먹는 거 아니면 가락시장 매장 아저씨 말대로 잘 드는 가위로 숭덩숭덩 잘라먹어도 될 것 같다. 

산낙지 손질법

산낙지는 먼저 대가리와 몸통부터 분리해준다. 이때 좀 놀란 게 왼쪽 사진처럼 가만히 기절해있던 산낙지가 머리와 몸통 사이를 칼로 끊자마자 오른쪽 사진처럼 대가리가 확 오므라들었다. 좀 많이 놀랐다. 으으. 낙지 대가리와 몸통 분리했으면 산낙지 다리를 한입에 들어갈 사이즈로 잘 잘라주면 끝이다

산낙지 손질법

한입 크기로 잘 자른 산낙지를 접시에 옮겨담고, 소금을 뿌리고, 참기름까지 쪼르륵 부어줬다. 기름장 따로 만들어서 산낙지를 찍어먹어도 되는데 따로 찍어먹으면 항상 젓가락 사이로 산낙지를 놓쳐서 짜게 먹게 되더라. 그래서 이번에는 먹기 편리하게 소금과 참기름을 한 번에 올려서 준비했다. 킹크랩 먹기 전에 애피타이저로 먹었는데 밖에서 사 먹는 것과 똑같이 너무 맛있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산낙지의 움직임이 덜했던 거였다. 좀 그로테스크하지만 팔딱팔딱 싱싱하니 입안에 달라붙는 산낙지 씹어먹는 맛으로 먹는데, 그러려고 산낙지 생물로 사왔는데 건드릴 때만 꿈틀꿈틀댔다. 아마도 집에서 처음 손질하다보니 살아있는 놈을 잡을 생각에 징그러워서 좀 흥분했나보다. 산낙지 기절시킬 때 손에 힘을 너무 줘서 산낙지의 진을 다 빼놓은 것 같다. 산낙지 이놈 꽤 까다로운 놈인가 보다.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한 번 산낙지 손질해보니 이번엔 실수가 있었지만 다음엔 더 잘 손질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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