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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구소스 만들기 :: 집에서 맛보는 수준급 이탈리아 가정식

by 리베끼안티 2020. 12. 5.

이탈리안 가정식: 라구소스 만들기

겨울철이 되면 우리나라에서는 집집마다 겨울 봄에 먹을 김치를 저장하기 위해 김장을 한다. 비슷하게 이탈리아에서는 가을철 집집마다 라구 소스를 대용량으로 만들어 저장해 두고 먹는다고 한다. 약불로 오랜 시간 끓이기 때문에 쉽게 상하지 않아서 냉동 보관하거나 냉장 보관하면 숙성되어 더욱 맛있어진다. 라자냐나 리가토니 같은 넓적한 파스타면과 잘 어울리고 생면 파스타에 라구 소스 비벼 더욱 맛있다. 생면 파스타를 구하는 게 힘들어서 그렇지. 집에서 칼국수 만들듯이 생면 파스타 만들 수는 있는데 미는 기계 따로 있는 거 아니면 집에서 생면 만들어먹는 건 다음날 근육통 오는, 꽤나 힘든 노동이다.

라구소스 만들기


오늘 요리한 라구소스 재료

‣ 샐러리 1.5줄기 / 당근 0.5개 / 양파 1.5개
‣ 다진 소고기 1킬로 / 베이컨 5줄 + 돼지 목살 100g / 와인 1컵 / 버터 2조각(20g)
‣ 홀토마토 통조림 2캔 / 각종 말린 허브(로즈마리, 타임, 오레가노, 바질) / 월계수 잎 3장
채수(야채 육수): 샐러리 잎 + 당근 반개 + 양파 1개 + 물

라구 소스 만들기

라구소스 만들기

라구 소스 만들기는 재료 준비하는 게 조금 귀찮아서 그렇지 만드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오늘 사용한 레시피에는 닭육수 대신 야채를 사용하여 채수를 내주었다. 셀러리 잎과 당근 반개 양파 1개를 야채가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중간 불+약불로 끓여준다. 채수나 닭 육수를 사용하지 않고 맹물로 끓이실 분은 치킨 스톡 하나 또는 두 개 정도 넣어서 끓이면 된다.

다음은 준비한 야채와 베이컨을 다져 놓는다. 양파를 기준으로 당근은 다진 양파 양의 2/3, 샐러리는 양파의 1/3 만큼 다져주면 된다. 나는 양파 1개 반, 당근 반개, 샐러리 길게 한줄 정도 사용했다. 야채와 베이컨까지 다져주었으면 이제 불을 켠다.

라구소스 만들기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른 뒤 약불에 베이컨을 볶아준다. 약불에 베이컨을 볶으면 기름에 베이컨향이 더 잘 배어나온다. 갈색빛이 되면 라구 소스를 끓여 줄 큰 솥으로 부어 옮겨준다. 그리고 그 팬을 씻지 않고, 기름을 좀 더 부어서 코팅한 뒤 냉장고에 있던 돼지 목살을 구워줬다. 목살을 통째로 구워준 이유는 2~3시간 정도 끓이면 다진 고기에서는 퍽퍽함만 남는데 고기를 통째로 끓여서 마지막에 장조림처럼 다 찢어주면 부드러운 고기 맛을 맛볼 수 있다. 물론 다진 돼지고기를 넣거나 소고기만 넣어도 무방하다.

팬의 갈색 표면은 탄게 아니고 퐁드라고 음식의 진하고 복합적인 맛을 위해 일부러 누른 부분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 퐁드를 나중에 와인으로 디글레이징(퐁드를 녹여서 끌어 모아줌)하여 풍미를 내는데 사용할 것이다. 스텐 팬을 사용하면 퐁드 만들기가 더 용이해서 스텐 팬을 사용하는 게 좋다.

라구소스 만들기

구워진 목살 역시 라구소스 끓일 솥에 넣고 씻지 않은 스텐 팬 위에 기름을 두른 뒤 다진 소고기를 볶아준다. 소고기의 최대한 많은 면적이 불과 닿을 수 있도록 고기를 한 번에 끓이듯 볶지 않고 펼쳐준다. 소금 후추 간을 살짝씩 해준다. 다진 소고기가 1킬로의 많은 양이라 나눠서 3번에 걸쳐 고기를 볶았다. 다 볶은 팬에 와인을 부어 약불로 끓여준 뒤 팬에 눌어붙은 퐁드를 긁어 녹여주었다. 그렇게 팬이 깨끗해지면 퐁드가 녹은 와인을 대용량 솥에 그대로 부어준다. 그리고 바로 설거지하면 힘을 주지 않아도 팬이 쉽게 깨끗해진다. 화이트 와인을 넣어도 되는데 토마토와 고기는 레드와인이랑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레드와인을 넣었다. 와인은 마시다가 남은 거나 마트의 저렴한 와인을 사용하면 된다.

라구소스 만들기

다음은 다진 야채를 고기와 똑같이 볶아주면 된다. 나는 우유를 넣지 않은 라구소스를 만들 거라서 약간의 풍미를 위해 버터를 넣고 야채를 약불에 볶아주었다. 소금, 후추도 살짝씩 뿌려주고, 숨이 어느 정도 죽으면 불을 중불에 놓고 타지 않도록 볶아준다. 그렇게 볶으면 역시 팬에 갈색 누른 부분들이 생기고, 물기가 날아가면 볶은 채소들을 라구 소스 솥으로 부어준다. 팬의 누른부분에 남은 와인 부어서 역시 퐁드를 녹여 모아주는 디글레이징 작업을 해준다. 디글레이징 된 와인과 야채는 다시 솥으로 넣어준다. 이제 막바지 단계에 왔다.

라구소스 만들기

마트에서 구입한 토마토 홀 통조림. 유명한 헌트 통조림이랑 이렇게 세 개 있었는데 이태리 요리 만드니까 미국산 헌트는 제외하고(두배 비쌈.), 둘 중 뭐가 좋을지 몰라 둘 다 사 왔다. 생 토마토를 라구소스에 넣을 때는 토마토에 칼로 십자 모양을 내서 뜨거운 물에 데쳐 껍질을 까서 믹서기로 갈아 넣어주면 된다. 작업 과장 하나라도 생략하고 싶으니 토마토 통조림을 이용한다. 홀 토마토를 볼에 담은 뒤 비닐장갑을 끼고 부드럽게 으깨준다.

라구소스 만들기

생로즈마리, 생 이탈리안 파슬리 등 허브를 명주실로 묶어서 같이 끓여주면 좋은데 한국에 있는 우리 집에 그런 게 있을 리가 없다. 다시백에 각종 허브 털어 넣는다. 로즈마리 두 스푼, 타임과 오레가노, 바질은 한 스푼씩 넣었다. 으깬 토마토도 넣고, 가장 처음에 준비해 놓은 채수(야채육수)의 야채를 거르고 국물만 부어준다. 그리고 월계수 잎 3장과 다시백에 넣은 말린 허브를 넣었다. 준비는 끝났다. 이제 약불로 은은하게 2시간 동안 끓여준다.

라구소스 만들기

끓일 때 냄비 뚜껑이 완전히 닫히지 않게 한 켠에 튀김 젓가락 긴 걸 올려놓고 틈을 준다. 끓어서 수분이 적당히 증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중간에 치킨스톡 한 블럭 넣어줬다. 채수를 만들어 넣었으니 굳이 안 넣어도 되는데 그냥 눈에 보여 넣어봤다. 한 시간쯤 끓이고 나면 수분이 많이 증발해서 냄비 아래 바닥에 고기가 들러붙을 수 있으니 한 번씩 긁어 저어주면 좋다.

두 시간 끓였을 때 안에 있던 돼지 목살 꺼내서 비닐장갑을 끼고 잘게 찢어주었다. 부들부들하다. 다시 냄비에 넣고 30분 정도 뭉근하게 끓여준다. 중간에 타지 않게 한 번만 더 저어준다. 우유를 넣으실 분은 이 타이밍에 넣으시면 된다. 나는 보관을 좀 더 길게 하기 위해서 우유는 생략했다. 이렇게 라구소스 완성이다. 식으면 더욱 꾸덕해지므로 이 정도 국물이 떠있으면 되고, 저었을 때 고기와 소스가 자작하게 어우러지는 모습이면 된다. 월계수 잎과 허브는 빼준다. 나는 이미 고기와 야채를 볶을 때 소금 간을 살짝 하고, 치킨스톡도 넣어서 간이 딱 맞았다. 간이 안 맞는 분은 라구 소스로 요리를 해 먹을 때 간을 맞춰주시면 된다.

완성된 라구소스는 바로 먹으면 되고, 남은 것은 시일 내에 먹을 거면 냉장 보관, 오래 두고 먹을 경우 냉동 보관을 해준다. 냉장 또는 냉동 보관할 때는 한 김 식혀서 옮겨준다. 식은 라구소스는 고기와 야채가 가라앉고, 위로는 기름이 떠있을 텐데 한번 휘저어주면 된다. 

라구소스 만들기

냉동실로 들어갈 라구소스는 2인분씩 소분했다. 한 끼 먹을 때 하나만 꺼내서 쓰면 편리하도록. 완전 밀폐를 위해 랩을 한번 더 깔고 뚜껑 닫아 냉동실 직행. 가능한 유리 밀폐용기를 사용하고, 플라스틱인 경우에는 랩이나 비닐로 덧대고 소분하시길 추천한다. 기름이 빨갛기 때문에 플라스틱 용기에 빨간 기름이 스며들어서 물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재료 준비가 조금 귀찮기는 하지만 한번 만들어 파스타나 라자냐 다양한 요리에 사용할 수 있고, 사서 먹는 소스보다 건강하고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면만 삶아서 비벼먹으면 맛있는 한 끼 식사, 감자튀김에 올려서 치즈 녹여 먹으면 든든한 간식 등 어떤 요리에 응용해도 수준급 맛이 나서 와인과 함께 대접하기에도 좋으니, 이태리 음식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번 도전해보시는 것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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