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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포 능평리 삼겹살 :: 수레실가든 :: 대리석 돌판에 구워먹는 쫀득 삼겹살 맛집

by 리베끼안티 2020. 11. 23.

오포 능평리 수레실가든

능평리 수레실가든에 도착하자마자 밖이 너무 어둡고, 서늘해서 실내로 빠르게 들어갔다. 산으로 가는 중턱에 있는 산장 느낌이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나무의 잎이 다 떨어져서 더욱 황량하게 느껴졌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큰 난로가 있어 따뜻해졌고, 미리 데워지고 있는 불판 앞에 앉아 몸을 녹였다. 

 

능평리 수레실가든

수레실가든의 메뉴판이다. 단출한 메뉴판. 리뷰들을 보면 돌판오리구이 보다 돌판삼겹살이 더 잘나가는 듯 한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메인 메뉴인 돌판 오리 구이는 1kg에 60,000원이고, 돌판 삼겹살은 200g에 21,000원이다. 후식인 볶음밥은 1인분에 4,000원이다. 지금껏 다닌 돼지고기 집 중에서 가장 비싼 시세다. 흑돼지나 특징이 있는 특별한 돼지를 쓰시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시내에 있는것도 아니고 능평리 수레실길 골목으로 엄청 꼬불꼬불 들어와야해서 차없으면 오기도 힘든 곳인데 사장님 배짱이 대단하시다. 그래도 손님들이 그만큼 찾는다는 뜻이겠지? 비싼 가격이니만큼 직원분들께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컨트롤해주신다. 이건 참 좋다.

수레실가든

집에서 출발할 때 수레실가든에 미리 전화드렸더니 테이블 역시 단출하게 세팅되어 있었다. 정말 옛스러운 인테리어의 오포 수레실가든이다. 후드가 엄청 크다. 테이블이 다 덮일 크기이다. 옷에 냄새 배일 걱정은 할 필요도 없겠다. 수레실가든은 테이블 가운데 대리석 돌판이 놓여있고, 주위로 빙둘러 좌석이 배치되어 있는 구조이다. 여러명이 와도 먹기 좋겠다. 고기굽는 돌판이 엄청 크고, 한 테이블에 인원도 많이 앉을 수 있어서 회식이나 단체 모임하기에 좋은 장소인 것 같다.

엄청 커서 매우 오래 기다려야하는 수레실가든 대리석 돌판이다. 인터넷에 수레실가든 검색하면 하나같이 가기 전 예약하고 가라고 써있다. 와보기 전에는 웨이팅이 엄청 길어서 그런가? 했는데 돌판 데우는 데 굉장히 오랜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우리도 15분 정도 전에 전화하고 갔는데 들어가 앉아서도 15분은 더 기다린 것 같다. 근데 기다리면서 주워먹을 만한 음식도 없어서 너무 배고팠다. 심플 이즈 더 베스트 라지만 가격도 센데 거 너무하는 거 아니오. 수레실가든 부추 무침은 갓 무쳐 아삭아삭하니 새콤하니 맛있긴 하더라. 미역국도 맛있는지 우리 테이블 빼고 다른팀 다 리필하던데 사실 기다리는 동안 다른 먹을거리가 없어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다른거 많이 안들어간 진한 미역국이다. 리필해서 먹을 정도의 맛은 아니었다.

수레실가든

수레실가든 삼겹살은 미박 삼겹살이다. a.k.a 오겹살. 삼겹살 2인분(400g)은 일찍 나왔지만 돌판 열 오를 때까지 기다리느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아, 사진도 찍고 있었구나. 비장해보이는 장비 덕분에 기대감이 상승했다. 옆에 찌그러진 양철 주전자에는 물이 들어있는데, 돌판에 물을 따라 증발하는 걸 보면서 열을 체크하셨다. 요즘엔 다 온도계로 쏴서 측정하는데, 아날로그한 방식이 신기했다. 돌판에 부은 물이 금방 끓으면서 증발하니까 삼겹살, 양파, 감자, 그리고 김치를 올려주셨다. 우와. 감자 짱 많이 주신다. 비싼 삼겹살 가격을 감자로 메꾸시는 건가? 뭐 감자라도 많이주시면 감사하다. 올리고, 굽고, 전부 직원분들께서 집도해주시니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으면 된다.

수레실가든

오겹살이 앞 뒤로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면 직원분께서 한 입 크기로 손수 잘라주신다. 돌판이 워낙 고온까지 올라간데다 그 열이 잘 유지되다 보니, 고기는 열과 수분 손실 없이 단시간에 맛있게 익는다. 다 익은 것들은 앉아있는 우리 앞으로 밀어주셨다. 먹어도 되는 사인이다. 더 익지 않게 김치 위로 고기를 올려준다. 감자는 아직 한참 익혀야 하나 보다. 첫 점은 소금 살짝 찍어서 그냥 먹어보니 맛있다. 촉촉하고 부드럽고 맛있다. 하지만 특별한 맛은 아니다. 소금 살짝 찍어서 부추무침이랑 먹어도 맛이 좋다. 같이 먹을게 부추 밖에 없어서 선택권은 없다. 

당연히 삼겹살 400g으로 배가 찰 리가 없다. 삼겹살 이 정도로 몇 조각 남았을 때 흐름 끊기지 않도록 추가 주문을 해본다. 삼겹살이 맛있어서 삼겹살로 더 먹을까 했는데 원래 오리고기를 팔던 곳이기도 하고, 건강에도 오리고기가 더 좋을테니까 궁금해서 오리고기 반마리 추가했다. 원래는 삼겹살 3인분 이상 시켜야 오리 반마리 추가 가능하다고 하신다. 우리는 2인이 와서 인수대로 삼겹살 2인분 시켰으니 추가해주신다고 하셨다. 흠, 아마도 오리 반마리 + 삼겹1인분 이런 주문은 안된다는 말씀이신 것 같다.

수레실가든

헤라로 가운데 탄 부분 싹 긁어내고 추가 한 오리고기 반마리를 올려 바로 볶아주셨다. 오리 고기는 얇아서 삼겹살보다 금방 익었다. 삼겹살 다 먹고 오리로 넘어가는 연결 타이밍이 아주 좋았다. 수레실가든 오리고기 반마리는 500g이라 처음에 나왔을 땐 좀 많은가 했다. 불판에서 다 익은 오리고기를 보니 기름이 많이 빠져서 양이 거의 반으로 줄어있었다. 오리고기 기름도 많이 빠지고, 육즙도 많이 빠졌다. 오리고기는 너무 뻑뻑하다. 한 입 먹자마자 한방 냄새인지 뭔지 모를 냄새가 나서 직원분께 여쭤보니 아무 것도 첨가하지 않으셨다고 했다.  점점 백숙에 들어가있던 닭 가슴살 구워먹는 느낌이었다. 수레실가든에 다음에도 방문하게 된다면 삼겹살 3인분으로 가야겠다고 오리고기 먹으면서 마음을 정한다. 퍽퍽한 오리고기 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김치도 좀더 부탁드렸다. 대리석 돌판에서 구워진 감자가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게 아주 맛있게 익었다. 그렇다. 수레실가든은 감자 맛집이다.

수레실가든 볶음밥

아니, 수레실가든은 볶음밥 맛집이다. 볶음밥 하나 바로 추가한다. 돌판의 열이 식기 전에 직원분께서 볶음밥을 먹을 건지 먼저 물어보신다. 수레실가든 볶음밥은 누룽지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니 흐름이 안 끊기게 미리 추가해도 된다. 수레실가든 대표 메뉴라 볼 수 있는 누룽지 볶음밥이 완성되는 중이다. 워낙 힘이 들어가서인지 남자 직원분도 손목에 보호대를 차고 계신다. 힘들여서 만들어주신 볶음밥이 있어 만족스런 마무리이다. 이 누룽지 볶음밥 개발하신 분 덕분에 오늘도 맛있는 즐거움을 느꼈다. 감사합니다. 

수레실가든은 차 없이는 가기 굉장히 어려운 위치에 있다. 차를 가지고 가도 좀 깊이 들어가야해서 술 마시고 대리 부르는 것도 힘들거고, 고기 가격이 그다지 합리적이지는 않아서 자주 찾을 것 같지는 같다. 고기질은 꽤 괜찮아서 김치와 볶아먹는 맛, 수레실가든 대표 메뉴 누룽지 볶음밥이 먹고 싶을 때면 그래도 수레실가든이 생각날 것 같기는 하다. 가까운 신현리, 능평리에 오리고기 맛있게 하는 대표할 만한 맛집은 없기 때문에 오리고기도 맛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여러모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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