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면 로바타아키
부산으로 갈 때면 수서역에서 SRT를 이용한다. 집에서 수서역까지 20분, 2시간 반이면 부산에 도착한다. 3시간도 안돼서 부산에 갈 수 있다니 감사할 뿐이다. 이번에 부산에 다녀온 가장 큰 이유는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서면 로바타아키와 수영구 간판 없는 집 두 군데를 방문하는 것이다. 분위기, 가격, 만족감이 상당히 달랐던 두 매장이다. 일단 로바타아키부터 빨리 가보고 싶어서 부산 서면에 호텔을 잡았다. 로바타아키는 웨이팅 있을 때가 많다고 해서 서면에 도착, 호텔에 체크인하자마자 바로 로바타아키로 향했다.
부산 서면 NC백화점 맞은편 골목으로 들어오면 금방 찾을 수 있다. 로바타아키로 들어가는 골목 바로 전에 대패삼겹살집이 있는데 삼겹살 냄새가 너무 유혹적이었다. 자칫 흔들릴 뻔했다. 오늘의 목적은 로바타 아키이니까 쭉 들어가 본다. 검색해보면 로바다아끼로 검색어가 많이 떠서 주소지 정보가 잘 안 나와 있나 싶은데, 정식 이름은 로바다야끼에서 조금 비튼 로바타 아키이다. 로바타 아키로 검색하면 주소와 정보 모두 잘 뜬다. 서면의 유명 이자카야 아키 수산의 사장님이 차린 두 번째 매장이라고 한다.
입구에서부터 느껴지는 독특한 매장 분위기에 기대감이 상승했다. 부산 서면 골목골목에 이런 개성 있고 독특한 분위기의 매장들이 많이 숨어있어서 걸어 다니면서 골목 구경하는 즐거움과 재미가 있었다. 웨이팅 하기는 싫어서 걱정했는데 평일 7시쯤이었고 따로 예약은 안 했으나 몇 좌석 비어있어 다행이었다. 다음 한 팀 더 들어오고, 그 이후는 예약이 되어있어서 다른 손님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웬만하면 예약을 하고 찾는 것이 좋겠다.
로바타 아키의 메뉴판이다. 깔끔하지만 너무 작은 글씨에 집중해서 봐야 해서 눈이 좀 아프다. 학창 시절 깜지가 생각나는 메뉴판이다. 함께 주신 연필로 체크해서 직원분께 드리면 주문이 들어간다. 먼저 봐 두었던 닭 모리아와세 2인과 야채 모둠구이, 그리고 감자 샐러드와 술을 주문했다. 메뉴는 내가 전에 보던 거랑 다르게 조금씩 변동이 있었다.
로바타아키는 음식과 함께 즐기는 사케전문점이라고 적혀있는데 사케를 좋아하지 않아서 비싼 돈 내고 굳이 사케를 먹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일단 하이볼로 입 좀 축이고, 화요를 주문하기로 결정했다. 로바타아키는 최소 주문 금액이 있다. 메뉴 주문은 2인 기준 최소 25,000원 이상 해야 한다. 옆 테이블에 오신 분들께서는 술은 주문 안 하시고, 요리 메뉴만 주문했더니 직원분께서 술을 한잔 이상은 주문하셔야 한다고 하셔서 맥주 시키시는 것을 보았다. 워낙 서면 로바타아키가 요리가 맛있는 곳으로 소문이 나있는지 맛집으로 알고 찾아오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다.
기본 서비스 메뉴로 오이를 무쳐 주셨는데, 오이는 못 먹어서 어떤 양념에 무쳤는지 맛보지 못했다. 독특한 그림의 귀여운 캔에 들은 시치미와 유즈 코쇼가 다찌 석마다 세팅되어 있다. 와사비인가 했던 유즈 코쇼는 로바타아키에서 처음 먹어봤는데 독특하고 맛있어서 괜찮게 먹었다. 요즘엔 일반 대형 마트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로바타아키의 구조는 가운데 큰 화로에 숯불을 피우고 계시고 'ㄷ'자 구조로 빙 둘러앉는 다찌석으로 짜여있다. 전 좌석이 다찌 구조이다. 2~3명이 오기 좋은 구조이다. 아무래도 2명이 담소 나누면서 먹기에 최적화되어 있어서 대부분 커플이 많았고, 조용한 분위기라 좋았다. 가운데 큰 화로에서는 완성되어 나가는 요리를 준비하시고, 닭 모리아와세를 주문하면 다찌 앞에 숯을 올려서 개인 화로를 세팅해주신다. 바로 앞에 있는 화로에서 구워주시는 걸 보고 싶어서 닭 모리아와세를 주문했다. 예전에 초창기 블로그 글들을 보면 다른 구이 메뉴들도 개인화로에서 구워주셨던 것 같은데 지금은 가운데 화롯불에서 구워서 접시에 내주신다.
투명한 유리잔에 나온 우리 집 남자가 주문한 싱글몰트 하이볼이다. 싱글몰트 하이볼을 주문하자 3가지 위스키를 보여주시고, 그중에 마시고 싶은 위스키를 선택하면 바로 하이볼로 만들어주신다. 이 날은 발베니 더블우드 12년, 탈리스커, 또 하나 보여주셨는데 기억이 안 난다. 남편은 탈리스커로 선택했다. 시원하게 한 잔씩 나왔다. 탈리스커 하이볼, 그리고 내가 주문한 가쿠빈 하이볼 진저도 나왔다. 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청량감이 느껴진다. 싱글몰트 하이볼의 가격은 12,000원부터라고 적혀있는데 아마 위스키의 가격에 따라 결제 금액이 달라지나 보다. 가격을 물어보고 시킨 건 아니었는데 계산할 때 보니 12,000원 기본 금액이 나왔던 것 같다.
닭 모리아와세를 주문하면 계란 노른자장을 하나씩 주신다. 다찌 석 테이블에는 아담하고 평평한 개인접시와 일회용 젓가락이 가지런하게 준비되어 있다. 주문한 메뉴 중 감자 샐러드가 가장 먼저 나왔다. 감자 샐러드 두 덩이 위에 베이컨칩이 흩뿌려져 눈 사람 위에 눈 쌓이듯 예쁘게 토핑 되어있다. 야채와 마요네즈가 들어간 사라다 같은 감자 샐러드를 예상했는데 매쉬 포테이토였다. 나는 마요네즈 들어간 것보다 매쉬 포테이토를 더 좋아해서 괜찮았는데 우리 집 남자는 맘에 들어하지는 않았다.
화로에 큼지막한 백탄을 가지런히 넣어주셨다. 이어서 닭 모리아와세도 가지런히 올려주신다. 닭의 염통, 가슴살, 연골, 목살, 츠쿠네 이 정도가 닭 모둠의 구성이다. 직원분께서 구워주시는데 다 구워진 걸 앞에 놓아주시면 바로 먹으면 된다. 개인 접시에 테이블에 비치되어 있던 유즈코쇼와 시치미를 세팅하고, 원하는 양념을 곁들여 먹으면 된다. 닭 염통은 처음 먹어보았다. 쫄깃하면서 기름진 염통에 유즈코쇼를 올려 먹으니 상큼하고, 유즈코쇼의 독특한 향이 좋았다. 닭 염통은 소 염통이랑 비슷한 맛이었는데 숯불에 살짝 구워서 먹으니 수분감이 더 있어서 맛있었다. 이어서 연골 부위와 닭 목살도 먹어본다. 닭 목살이야 근래 워낙 많은 곳에서 판매해서 많이 먹었었는데 유즈코쇼를 올려서 먹으니 더 맛있다. 닭 모리아와세는 각 부위마다 2피스씩 나오기 때문에 금방 사라진다. 참 감질맛 나는 양이다.
마지막 츠쿠네까지 맛있게 먹어준다. 닭 모리아와세 구성 중에 츠쿠네가 제일 맘에 들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다진 고기를 안 좋아해서 츠쿠네는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는데 로바타아키의 츠쿠네는 고기 입자가 굵고, 사이사이 들어있는 연골 때문에 씹히는 맛까지 있어서 괜찮게 먹었다. 아쉬운 건 간이 전혀 안되어있어서 맛이 심심했다는 점이다. 시치미 듬뿍 찍어먹었어도 심심한 맛이었다. 주문 들어간 지 한참 지나서 구운 야채가 나왔다. 닭 모리아와세랑 함께 구워주는 줄 알고 곁들여 먹으려고 시킨 메뉴였다. 닭 모리아와세 다 먹고 기다려도 안 나와서 직원분께 물어보니 그제야 가운데 그릴에서 따로 구워주셨다. 흠, 주문이 밀린 건지 주문을 잊은 건지 모르겠다. 아마도 후자겠지. 야채구이는 표고버섯, 새송이버섯, 가지, 애호박, 대파, 감자 2피스씩 구워져 나왔다. 역시 간이 안되어 있었다. 닭고기랑 함께 먹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따로 먹으니 나중엔 기억 속에서 잊힐 만한 특색 없는 메뉴이다.
먹으면서, 기다리면서 직원분들 일하는 거 보면서 느낀 게 '아, 여기 참 느린 곳이구나.' 싶어서 서둘러 다른 메뉴를 주문했다. 그래도 기대를 많이 하고 왔던 로바타아키였기 때문에 다른 메뉴도 더 시켜봤다. '꽃게 구이+오니기리'를 주문했다. 주문했던 하이볼도 다 마셨다. 이쯤에서 화요를 주문해야 하는 타이밍인데 보아하니 왠지 화요 한병 다 못 마시고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꽃게 구이 나오는 거 보고 화요 주문하는 걸로 마음을 바꿨다.
역시 한참 지나 나온 '꽃게 구이+오니기리'이다. 가격은 24,000원이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사이즈의 꽃게를 가운데 화로에서 구워 내주셨다. 구운 꽃게의 냄새는 참 고소하다. 감각류 굽는 냄새는 삼겹살 굽는 냄새만큼이나 침샘을 자극한다. 간장으로 간이 된 오니기리도 함께 구워서 나온다. 옆 테이블 분들께서 오니기리 맛있다고 추가하시는 거 보고 궁금했었다. 구운 오니기리 맛은 집에서 어렸을 때 먹던 간장계란밥에서 계란만 빼고 뭉쳐서 구운 맛이다. 꽃게 등 껍질에는 꽃게 내장이 눅진하게 끓여 나온다. 꽃게 내장에 꽃게살을 찍어먹거나 오니기리를 부수어 비벼 먹으면 된다고 하셨다.
꽃게의 살은 발라먹을 정도의 양은 안되고, 몸통을 내장에 찍어서 씹어 먹어본다. 그냥 꽃게 맛이다. 꽃게를 구우면 꽃게 살이 껍데기에 달라붙기 때문에 껍데기 발라내는 게 일이다. 역시 몇 입 안된다. 그리고 우리는 화요 대신 대선 한 병을 시켰다. 소주는 따로 메뉴판에는 없지만 말씀드리면 주문이 가능하다. 가격은 일반 술집보다 더 올려서 받으신다. 사케 전문점이라 그렇다고 한다. 술을 더 시켜야하는데 그렇다고 화요 주문하면 안주가 모자를 테고, 다른 메뉴를 추가로 주문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소주 몇 잔 마시다 남기고 가려고 소주로 한 병 부탁드렸다.
로바타아키 워낙 평이 좋아서 돈 쓸 준비하고 갔는데 기대만큼은 아니어서 적당히 먹고 나왔다. 주문은 총 네 가지 했지만 양이 정말 턱없이 부족하다. 이렇게 먹어도 거의 십만 원 돈 나왔다. 로바타 아키는 결국 안주 깔끔하게 나오는 술집이지, 이름처럼 화로구이와 함께 술을 동시에 즐길 만한 곳은 아니다. 배가 전혀 안 불러서 다른 거 먹으러 가자고 나왔다. 내가 잘못 선택했던 것 같다. 2차로 왔으면 훨씬 만족스럽게 즐겼을 것 같다.
아쉬운 건 접객 태도 또한 매장의 분위기와 가격에 비하면 매력이 없다. 손님과 소통은 거의 전무한데 왜 전 좌석을 다찌로 만드신 걸까? 인사 하나라도 좀 살갑게 해 주시면 좋았으련만 나갈 때 인사도 없다. 여자 직원 한 분만 친절했다. 2차로도 딱히 재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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