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리 냉동삼겹살 맛집 철뚝집
동네에 '참숯 마루'라고 숯불구이 고기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 목살을 참숯에 구워 먹으면 캠핑에서 바비큐 해 먹는 맛 나고 기가 막혔는데 오랜만에 찾아가니 목살은 판매가 잘 안되어서 빼셨다고 한다. 더 자주 와서 먹었어야 했는데... 내 잘못이다. 오로지 참숯에 구운 맛있는 목살이 먹고 싶어서 들렀기에 그냥 터덜터덜 나와 집으로 걷다 보니 삼겹살 냄새가 엄청 맛있게 나서 보니 철뚝집이 있었다. 냉동삼겹살 굽는 냄새가 너무나 강력해서 숯불구이 먹고 싶다는 생각은 잊고 홀려서 들어갔다.
철뚝집은 성남 단대오거리에 본점이 있는 역사 깊은 냉동삼겹살 맛집이다. 대학생 때 저렴한 값에 삼겹살에 반주하고 싶은 날이면 한번 씩 찾던 곳인데 좌식 바닥에 고기 기름으로 사방이 미끌미끌해서 걸을 때 조심해야 했던 그 철뚝집이 신현리에도 생겼다. 본점은 지금은 리모델링해두셨는데 사장님이 안 계시니까 직원들도 불친절하고, 요즘엔 가맹점들이 더 노력 많이 해서 타 가맹점들이 본점보다 전체적으로 더 낫다.
신현리 철뚝집 메뉴판을 보면 철뚝 삼겹살(냉동 삼겹살), 철뚝 우삼겹, 철뚝 생상겹 이렇게 세 가지가 메인 메뉴이다. 그리고 참고하실 건 신현리 철뚝집은 한라산이 4천 원이라는 점이다. 여태껏 한라산 흥청망청 마시고 다녔지만 요 근래 육지에서 한라산 4천 원은 처음 봤다. 자비로우신 사장님 마인드에 주문하기도 전에 감동이다. 다들 열심히 마셔서 돈으로 혼쭐 내줍시다.
철뚝 삼겹살 신현리점 한편엔 셀프 코너가 준비되어 있다. 철뚝집의 시그니처인 파채를 제외한 반찬들은 셀프 코너에서 리필해 먹으면 된다. 이렇게 반찬 자주 리필해서 먹어야 하는 식당들은 셀프바가 있는 게 시키는 것도 덜 죄송하고, 내가 먹을 만큼 맘 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물론 셀프바에서도 먹을 만큼만 떠오는 건 당연한 것이다. 조금씩 자주 뜨면 몸도 움직이며 중간에 소화도 시키고 좋다.
삼겹살 주문하자마자 바로 세팅되는 철뚝집 기본 상차림이다. 철뚝집 신현리점은 고사리도 주신다. 굿굿. 삼겹살 기름에 고사리 볶아먹으면 맛있는 건 요즘 다들 아실 듯하다. 그리고 철뚝집의 시그니처인 파무침도 함께 나온다. 사실 삼겹살 자체는 평범한 냉동 삼겹살인데 이 파무침때문에 철뚝집 찾는 분 많을 거다. 후추향이 굉장히 강하고 감칠맛 있어서 중독성 있다. 철뚝집 마니아라면 1인 1 파무침 시켜서 개인접시처럼 코 박고 먹는 거 아닌가요?
주문한 철뚝 삼겹살(냉동 삼겹살) 2인분이 나왔다. 철뚝집 신현리점 냉삼의 원산지는 독일이다. 암, 냉삼은 역시 독일이지. 독일에 있을 때 고향의 맛을 찾아 기숙사 부엌에서 몰래 삼겹살 굽던 추억이 생각난다. 철뚝집 파무침 생각하며 후추 엄청 넣고, 파대신 양파로 무쳐 먹었더랬다. 고기 먹을 때 천천히 즐기는 편이지만 냉삼은 그런 거 없다. 그냥 가득 올려서 빨리 구워주는 게 상책이다. 한쌈 가득 싸 먹으면 한판 금방 끝나니까 말이다.
후추를 사랑하는 철뚝집 답게 고기위에도 후추가 듬뿍 뿌려져 있다. 테이블 중간에도 큰 후추통이 상시로 구비되어 있어서 직성 안 풀리시는 분들은 마음껏 더 뿌려 드셔도 된다. 철뚝집 사장님 어디에나 후추 때려 넣는 나랑 입맛이 비슷하신 것 같다. 곧이어 1인분 8,500원 짜리 냉삼 집이지만 서비스로 된장찌개와 계란찜도 나온다. 한라산 4천 원에 이어 두 번째 감동이다. 한껏 부푼 고깃집 계란찜은 말할 것도 없고, 된장찌개도 꽤 맛이 좋았다. 서비스 메뉴인데 두부까지 넣어주신다.
냉삼이 익어가면서 고기 기름이 흐르면 그 자리에 김치와 콩나물, 고사리까지 야무지게 올려서 살짝 볶으면 그 맛이 배가 된다. 맛있게 익은 철뚝집 냉삼을 먹을 차례이다. 냉삼은 빨리 익어서 참 좋은데 그만큼 빨리 먹어서 굽는 손이 더 빨라져야 하는 게 함정이다. 한 명은 정신없이 구워야 한다.
이 파무침 그릇은 내 개인접시가 되었다. 철뚝집 시그니처인 파무침에 냉삼 한 점 올려서 소주와 함께 먹고요. 후추향 가득 한 이 파무침은 꼭 주기적으로 한번 씩 생각난다. 고기 기름에 맛있게 구운 김치에도 삼겹살 돌돌 말아서 한 입 먹어봅니다. 김치가 적당히 잘 쉬어서 고기 기름에 같이 구우니 너무 맛있다. 쌈의 민족답게 상추 한 장에 삼겹살 2장, 고사리, 콩나물, 김치, 파무침, 무생채, 마늘 넣을 수 있는 건 다 넣는다. 한 쌈 크게 싸서 한입에 조화로운 맛을 느껴본다. 소주 한 잔 입에 털고, 한 쌈 넣으면 입 안 찢어지는 게 용하다. 처음 주문한 고기 다 떨어져 가서 빠르게 철뚝우삼겹과 철뚝생삼겹을 1인분 씩 추가 주문했다.
신현리 철뚝집의 철뚝우삼겹과 생삼겹이 1인분씩 나왔다. 우삼겹은 미국산이고 생삼겹은 국내산이다. 원래 미국산 소고기면 절대 안 먹었는데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때가 있어서 먹어보고 나서, 그 계기로 미국산 소고기에 눈을 떴다. 오히려 풀만 먹여서 키운 호주산보다 소고기 맛이 좋아서 이후로는 선택권 없으면 종종 먹는다. 역시나 후추가 잔뜩 뿌려진 우삼겹과 생삼겹이다. 생삼겹도 도톰하니 맛있을 것 같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얇은 고기는 선호하지 않아서 얇은 고기 중에서는 오로지 차돌박이만 좋아한다. 우삼겹은 맛있는 부위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고민하다가 처음으로 내 돈 내고 시킨 건데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다. 냉삼겹보다 더 빠르게 익어서 흐름이 끊기지 않는 점은 더 좋다. 고기를 잘 고르신 건 지 잡내가 안 나서 꽤 먹을 만했다. 파무침에 돌돌 싸서 먹으니 엄청 잘 어울린다. 생각보다 더 맛있다. 다음에도 먹을 것 같다.
철뚝 우삼겹 금방 먹고 바로 구운 철뚝집 생삼겹이다. 국내산 암퇘지라서 철뚝집 메뉴 중 가장 비싸지만 다른 삼겹살 집에 비하면 매우 합리적인 가격이다. 어릴때 정육점에서 삼겹살 사 와서 집에서 구워 먹던 생각이 나는 비주얼이다. 노릇노릇 잘 구워졌으면 바로 먹어본다. 참기름에 소금, 후추 뿌려진 기름장에 찍어서 먹어보았는데 정말 딱 집에서 먹는 그 맛이다. 생삼겹도 맛있긴 한데 굳이 시켜먹어 볼 맛은 아니다. 역시 철뚝집에선 철뚝 삼겹살로 주문해서 쭉 먹는 게 제일 낫다.
사실 철뚝집 마무리는 볶음밥으로 해야 옳으나 이것저것 먹으니 고기 기름으로 배가 지나치게 불러서 간단히 입가심하려고 비빔 냉면을 주문했다. 오이는 내가 따로 빼달라고 부탁해서 나온 비빔 냉면의 비주얼이다. 시원한 물 냉면 육수도 함께 주신다. 양념이 살짝 심심해서 겨자와 식초 두 바퀴씩 더 둘러서 비벼 먹으니 간이 딱이었다. 더 싱거워지는 건 싫어서 물 냉면 육수는 살짝만 붓고, 시원하게 비벼 먹었다. 생각없이 들어가서 먹은 신현리 철뚝집이었는데, 오늘도 정말 맛있고 배부르게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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