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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多한 리뷰

비알레띠 모카포트 :: 홈카페는 물론 캠핑장에서도 놓칠 수 없는 카페인 충전 타임

by 리베끼안티 2020. 11. 21.

비알레띠 모카포트 4컵 사용기

비알레띠 모카포트

신혼여행 때 이탈리아에서 구입해 온 비알레띠 모카포트 4컵 사이즈이다. 벌써 6년이나 사용한 모카포트다. 사람 나이로 치면 중년 쯤은 되지 않았을 까 싶은 비알레띠 모카포트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모카포트를 집집마다 하나 이상은 꼭 가지고 있고, 부모님한테 선물로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밥솥같은 존재이지 않을까 싶다. 처음 비알레띠 모카포트를 접한 건 독일에서 연수할 시절에 친구네 집에 놀러갔는데 친구가 모카포트로 커피를 끓여준 때였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집에서 커피를 만들어 마시면 주로 드립 커피를 마셨었고, 대부분은 인스턴트 커피를 많이 마시지 않았을 까 싶다. 우리집도 그랬기 때문에 집에서 모카포트로 쉽게 맛있는 커피를 끓여 마실 수 있는 건 신세계였다. 

유럽에서는 일반 마트에서 모카포트를 쉽게 살 수 있기 때문에 이탈리아까지 안 가도 독일에서 가정집은 물론 유학생들도 많이 사용했다. 정작 나는 커피를 즐겨 마시는 편이 아니어서 신혼여행 가서야 모카포트를 들여왔다. 처음에야 원두도 구입하고, 이것저것 만들어 먹었지만  역시나 나중에는 원두 사는 것도 귀찮아서 중간에 1~2년 방치해 둔 적도 있다. 커피는 그냥 카페가서 시켜먹을 거 없을 때 먹는 그 정도 의미였다.

최근 들어서 아침마다 커피를 마시는 습관이 들었다. 아침에 일찍 깨는 습관이 있는데 출근 준비 시간 전까지 누워서 핸드폰만 보면 더 축 쳐지고 찌뿌둥해졌다. 그러던 차에 현대 백화점에 갔다. 현대 백화점 지하 1층의 카페 베르나노 커피가 맛있어서 백화점 갈 때면 들러서 한 잔 씩 마시는데, 마침 옆의 이탈리 매장에서 카페 베르나노 커피 원두도 팔고 있는 것이었다. 원두가 모카포트용으로 분쇄된 것도 있어서 집에서 끓여먹어도 맛있겠지 싶어서 구입해 왔다. 다음 날 역시 출근 준비 한시간 전에 깼는데, 새로 구입해 온 원두를 바로 끓여 볼 생각에 스마트폰 보면서 지체하지 않고 재빠르게 침대에서 나왔다. 일어나자마자 비알레띠 모카포트로 커피를 끓여보았다. 손을 이용해 가볍게 모카포트를 조립하면서 머리와 몸을 깨우는 기분이 들고, 커피 향기를 맡으면서 하루를 시작하니 별것 안 했지만 괜히 부지런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출근하면 또 종일 사람들과 부딪혀야 하는데 아침 일찍 나 혼자 커피 마시는 그 시간 동안만큼은 오로지 나만의 시간을 가진 그 느낌이 좋아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캠핑장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모카포트

비알레띠 모카포트

모카포트야 워낙 크기가 작고, 휴대성이 좋아서 집에서 부엌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고, 세척이 용이해서 좋다. 캠핑에서야 뭐 말할 것도 없다. 캠핑을 위해서 나온 모카포트 아닌가 싶을 정도로 딱이다. 물, 불, 원두, 모카포트만 있으면 바로 따뜻한 에스프레소를 맛볼 수 있다. 캠핑  갈 때는 원두를 모카포트의 바스켓 하나 꽉 찰 정도의 양만 소분해서 가져간다. 내가 가진 모카포트는 비알레띠 모카포트 4컵이기 때문에 대략 4잔의 에스프레소 분량이 나온다. 한 컵 가득한 뜨거운 아메리카노 2잔은 마실 수 있는 양이다. 아침에 찬 공기 마시면서 모카포트로 갓 뽑은 에스프레소 마시면 정말 행복하다. 모카포트로 추출한 에스프레소는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뽑은 에스프레소보다 훨씬 연하기 때문에 그냥 에스프레소 자체로 마셔도 많이 쓰지 않고, 잘 넘어간다.

양양 캠핑

캠핑장에서 술 진탕 마시고 늦게 잠들어도 일찍 깨는 건 변함 없다. 괴로울 정도이다. 하지만 이른 아침에 모카포트로 끓인 커피 들고, 사람 아무도 없는 텅 빈 바닷가로 나가서 한 잔 마시면 잔잔하게 탁 트인 바다 앞에서 자유로운 느낌, 어디에서도 느껴본 적 없는 행복이다. 열 호텔 오션뷰, 카페가 전혀 부럽지 않다.

양평 오토캠핑장

조용한 산 속으로 캠핑가면 또 다른 느낌이다. 특히 산에서 캠핑을 하면 아침도 아닌 이른 새벽에 잠이 깬다. 새벽 4시부터 산새들이 지저귄다. 무시하고 자려고 해봐도 잠귀가 밝은 타입이라 깊이 잠들지 못하고, 어떻게든 누워있다가 6시면 일어나게 된다. 잘 때는 새들의 울음 소리가 시끄럽고, 날카롭게 들리지만 일어나고 나면 세상 그렇게 예쁜 소리가 없다. 전혀 방해되지 않고 상쾌해지는 기분까지 든다. 그렇게 일찍 안개도 채 걷히지 않은 아침 산 속에서 눈을 떠, 모카포트로 뽑은 커피 한잔 마시면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고독함과 적막함이 정말 일품이다. 얼른 날씨 풀리면 또 캠핑가고 싶다. 모카포트로 시작해서 캠핑 앓이 하면서 끝나는 포스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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