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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多한 리뷰

대장내시경 식단 :: 매운거 너무 먹고싶다 😭😭 : 3일간 준비한 상세 식단

by 리베끼안티 2020. 12. 1.

대장내시경 준비 식단

한 달 전에 우리 집 남자와 함께 예약했던 건강검진을 며칠 전 받고 왔다. 대학교 졸업할 때 건강검진 한 번 받고, 제대로 병원에서 받는 건강검진은 처음이었다. 워낙 술과 고기를 자주 먹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어서 걱정되는 마음에 위 수면 내시경 하는 김에 대장 내시경까지 한 번에 해보기로 했다. 대장 내시경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던 터라 최소 3일 전 길게는 일주일 전부터 식단 관리를 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다. 병원에서 온 장 청소 약인 하프렙 택배 뜯어보고 나서야 알았다. 

미리 식단 조절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대장 내시경 이틀 전에 친구들과 약속 잡아두었는데 깨고 싶지 않아서 수차례 검색해 보았다. 그냥 하루 전날만 안 먹으면 된다. vs 3일 전부터는 조심해야 한다. 여러 의견이 많았다. 많이 고민했지만 약속 나가면 술 마실게 뻔한데 술 취해서 혹여나 김치, 깨, 야채 등 구분 없이 안주 집어 먹을까 봐, 아쉬워도 약속은 뒤로 미루고 대장 내시경 3일 전부터 식단 조절을 해 보았다.

🤬 2~3일 전부터 먹으면 안 되는 음식

깨, 김치, 고춧가루, 후추, 견과류, 섬유질이 많은 야채, 잡곡밥
콩, 참외, 딸기, 키위 같은 씨 많은 과일, 콩나물
사과는 다른 곳에서 볼 때는 먹어도 된다고 했던 것 같은데 내가 받은 안내문에는 안된다고 적혀 있었다.
 ☺️ 2~3일 전에 먹어도 되는 음식

고기(닭고기가 좋음), 흰밥, 흰 죽, 식빵, 계란, 카스텔라, 햄
두부, 생선, 커피, 우유, 차 등 소화 빠르고 부드러운 음식들

<대장 내시경 식단 : 3일 전 아침 겸 점심>

대장내시경 식단

장을 깨끗하게 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식빵은 살짝 구워주고, 핫소스+머스터드 바른 후 계란+치즈를 후라이 해서 식빵에 올려 먹었다. 커피랑 먹으니 가볍게 배 채우기에 좋았다. 참고로 커피는 이틀 전까지는 마셔도 된다고 한다.

<대장 내시경 식단 : 3일 전 저녁>

대장내시경 식단

파스타면도 정제되어 있기 때문에 쌀밥과 다를 바 없을 것 같아서 검색해 보았다. 외국에서는 대장 내시경 준비 기간에 파스타가 권장 음식이라고 해서 저녁은 파스타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나는 집에 유통 기한이 다 되어가는 생크림이 있어서 크림 파스타 만들어 먹었는데 토마토 파스타를 먹을 경우 토마토 껍질을 잘 걸러내고 먹으면 된다고 한다.

스팸이 입자가 부드러워서 소화가 잘 될 것 같아서 베이컨보다는 스팸으로 선택했다. 후추도 못 넣고, 치킨스톡도 가루라 찝찝해서 굴소스와  소금만 넣고 만들었다. 파스타에 보이는 조그만 알갱이들은 트러플 오일에 재워져 있던 잘게 다진 양송이버섯이다. 잘게 다진 버섯이라 상관없을 것 같았지만 졸아서 티 스푼으로 한 스푼만 넣고 더 안 넣었다. 알고 보니 버섯도 장세척 전에 먹는 건 그리 좋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죽에 들어갈 사이즈의 작은 버섯은 괜찮은 듯하다. 파스타가 생각보다 맛있어서 계속 샴페인이나 화이트 와인 곁들여서 먹고 싶었다. 집에 사둔 게 없어서 맥주 한 캔 따서 우리 집 남자랑 나눠 먹었다. 맥주는 소화 잘 될 거라며 과음은 하지 않으려고 아껴 마셨다.

<대장 내시경 식단 : 2일 전 아침 겸 점심>

치즈계란스팸 샌드위치

빵을 잘 안 먹는 우리는 구입한 식빵을 이 준비 기간 안에 다 소진해야만 한다. 프렌치토스트를 해서 먹을까 샌드위치를 해 먹을까 고민하다가 단 것보다는 짠 음식이 먹고 싶어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소화 잘 되는 계란과 스팸, 치즈(창의력의 한계)를 넣고 샌드위치 만들어 먹었다.

대장내시경 식단

먼저 계란을 삶고, 스팸을 뜨거운 물에 데쳐낸다. 삶은 계란과 스팸을 으깨주고, 마요네즈+머스터드+설탕 조금 넣어서 계란 햄 스프레드를 만들었다. 식빵에 발라먹으면 끝이다. 치즈도 올렸다. 물론 그냥 먹기에는 심심하니까 핫소스 잔뜩 뿌려주었다. 그래도 물린다. 식빵, 계란, 스팸, 딱 두 번 먹었지만 그냥 물린다.

<대장 내시경 식단 : 2일 전 저녁>

대장내시경 식단

저녁에는 떡국 끓여먹기로 하고 장을 보러 갔는데 떡국만 먹으려니 너무 심심하고, 떡국 끓일 육수 우려낸 김에 고기 샤브샤브 해 먹으면 어떨까 해서 샤브샤브 고기도 구입해 왔다. 마음은 숯불 구이 집 가서 두툼한 오겹살 구워 먹고 싶지만 3일 전도 아니고 이틀 전이니 조금만 참자해서 차선책으로 얇은 고기를 사 왔다. 얇은 고기를 심지어 삶아서 먹으니 더 소화가 잘 되지 않을까? 샤브샤브 육수는 멸치 디포리 팩 2개, 대파, 마늘, 청양 고추는 칼집 내고, 통후추를 넣어서 진하게 우려 줬다. 칼집만 냈지만 그래도 고추에서 씨들이 좀 빠져서 마지막에 채로 고추씨, 통후추까지 다 걸러냈다. 소스는 스위트 칠리소스에 찍어 먹고 싶었지만 스위트 칠리 소스 안에 고춧가루와 고추씨 다 있어서 불가했다. 간장, 식초, 물, 설탕, 그리고 감칠맛을 위해 생마늘을 넣고 싶었지만 소화 잘 되라고 약불에 충분히 볶아서 넣어줬다.

대장내시경 식단

야채의 힘이 이렇게나 크다. 야채가 없으니 식감이 영 밍밍하다. 고기는 호주산 고기를 샀는데 불고기 감인지 좀 두껍게 썰어져 있어서 뻣뻣했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우리는 샴페인 한 병을 깠다. 샴페인 한 병 나눠먹는 거야 뭐 식전주 정도인데 이 정도 먹어도 괜찮을 거라고 자기 암시를 하면서 먹었다. 고기를 샤브샤브해서 다 먹었더니 진한 고깃국물이 되어서 떡을 투하하고 뭉근하게 끓였다. 마지막에 계란까지 풀었다. 고기 기름이 느끼하지만 육수 하나는 제대로인 떡국이 됩니다. 집에 남아있는 밥이 현미밥밖에 없어서 죽 못 끓여 먹은 게 너무 아쉽다. 현미밥은 먹으면 안 되니까 말이다. 아니 맛있게 먹었고 배도 어느 정도 찼는데, 다 좋은데 뭔가 여전히 허전하다. 죽을 안 해 먹어서일까, 야채 없이 고기만 먹어서일까, 허전하다. 옆에서 갑자기 배달의 민족을 켠다.

대장내시경 식단

부드럽고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으로 연명하던 우리 집 치킨맨은 결국 밤 11시에 치킨을 시켰다. 깐부 식스팩 시키겠다는 거 극구 말려서 교촌 허니 콤보로 타협을 봤다. 왜냐하면 깐부 치킨 식스팩은 기억으로는 후추 맛이 굉장히 많이 났던 것 같고, 염지가 많이 되어있을 것 같았다. 반면 허니콤보는 염지나 파슬리 같은 토핑이 없어서 차라리 나을 것 같았다. 아 부드러운 음식 먹은 지 이틀밖에 안 되었는데 바삭바삭 너무 맛있다. 닭고기는 괜찮다고 했다. 흠.

<대장 내시경 식단 : 하루 전 아침 겸 점심>

대장내시경 식단

대장 내시경이 포함된 건강검진 예약 시간이 오전 9시여서 그 전날 오후 1시까지 흰 죽이나 흰 밥, 두부 등으로 식사를 마치라고 했다. 흰 죽 먹을 생각하니 입맛도 없고, 귀찮아서 1시에 일어나서 쌀 불리고 끓여서 2시쯤 죽을 먹었다. 흰 쌀죽 만드는 법은 우선 30분 정도 쌀을 불렸다. 예열한 냄비에 참기름을 먼저 두르고, 불린 쌀을 넣어 살짝 볶아준 뒤 물을 가득 넣었다. 쌀이 익으면서 바닥에 달라붙지 않게 틈틈이 저어가면서 30분 정도 끓였다. 쌀의 양을 가늠을 못해서 정말 많이 끓였는데 죽만 먹으니 속이 허해서 만든 거 다 먹었다. 앉아서 먹기만 할 때는 몰랐는데 다 먹고 나니 배가 터질 것 같았다. 병원에서 과식하지 말라고 했는데, 깜빡했다.


인고의 화장실 타임을 보내고, 대장 내시경은 무리 없이 잘 받았다. 워낙 잘 챙겨 먹었는지 다른 사람들은 보통 장청소 한 번 하면 2kg은 빠진 다는데 다음 날 건강검진에서 측정한 우리 몸무게는 큰 변동이 없었다. 남편이랑 둘이 같이 대장 내시경 받기를 정말 잘했다. 둘 중 한 명만 대장 내시경 준비했으면 둘 다 음식의 유혹에 약해서 바로 식단 내팽개치고 특히 고기, 양념된 음식, 술 잔뜩 먹다 하루 전에 하프렙만 겨우 먹고 갔을 것 같다. 동지애와 전우애를 느끼고 싶다면 가짜 사나이 같은 거 하지 말고, 대장 내시경이나 같이 받으러 가시게.

대장내시경 식단

다행히 용종이나 다른 이상 소견이 없어서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배가 너무 고파서 근처 중국집으로 갔다. 죽으로 위를 달래주고 저녁부터 조금씩 먹는 게 좋다고 하지만, 참을 수 없었다. 자극적인 음식이 정말 먹고 싶었다. 하지만 위가 아프면 안 되니까 게살 수프 시키고, 유산슬 밥도 주문했다. 게살 수프로 빈 위를 먼저 채우려고 했는데 게살이 너무 비려서 안 먹었다. 대신 부드러운 유산슬 밥으로 위를 보호하고, 짜장면으로 마무리했다. 대신 짬뽕 국물은 안 먹었다. 그리고 저녁엔 매콤한 쭈꾸미 볶음과 소맥으로 달렸다. 다음날은 신전 떡볶이를 시켰다. 그렇게 대장 내시경 때문에 빈 위장에 대한 보상은 일주일간 계속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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