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맛집::뜻밖의 맛집 남원 한증막 후 맛보는 참맛장어
남원 맛집 참맛 장어
남원에 들를 때마다 머무는 곳이 있는데 남원 한증막 '한증원 스테이'이다. 호텔을 찾기 힘든 남원인데 모텔이나 인근 다른 숙소보다 깔끔하고 항상 따뜻해서 매번 가는 곳이다. 한증막과 연결되어 있는 건물 1층엔 장어집이 있는데 고기 좋아하는 나는 항상 지리산 흑돼지만 먹으러 다녀서 지나치기만 했던 곳이다. 한증원 스테이의 단점은 시내랑 살짝 거리가 있어서(차량으로 10~15분 거리.) 어디를 가든 차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점이다. 어느 날은 차 끌고 시내까지 나가기 귀찮아서 1층 장어집에 들러보았는데 정말 뜻밖의 맛집이었다. 이렇게 뜻밖의 수확을 얻으면 너무 행복하다.
참맛 장어에 다녀온 이후로는 가끔은 장어랑 복분자 먹고 싶어서 남원에 가고 싶을 정도이다. 가격은 20년 10월 기준 1킬로 5만 4천 원이었다. 장어 가격이 저렴한 대신 상차림비가 있고 인당 3천 원이다.
우선 장어 1킬로를 주문했다. 좋은 숯을 깔아주시고 장어를 바로 올려주셨다. 숯이 굉장히 세서 또한 맘에 든다. 저렴한 가격임에도 직원분이 재단까지 해주셨다. 처음 갔을 때는 우리끼리 알아서 먹었던 것 같은데, 매번 잘라주시는지는 모르겠다.
기본 상차림이다. 장어와 함께할 딱 필요한 밑반찬들만 나오는데 꽤 맘에 든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도 장어 맛집이 있는데 거기는 부추무침이랑 생강, 마늘, 쌈 밖에 안 주셔서 뭔가 좀 허전한데 비해 참맛 장어는 셀프바도 있어서 반찬 넉넉히 먹을 수 있다. 처음 나오는 반찬의 양도 엄청 넉넉하게 주신다. 그리고 저 가운데 동치미가 진짜 시원하고 맛있다. 이 날은 남원 한증막에서 땀도 빼고 나와서 더욱 허기지고 갈증 나기는 했는데 아니었어도 정말 맛있게 먹었을 거다. 먹자마자 한 그릇 더 부탁드렸다.
쌈야채를 굉장히 많이 주셨다. 당귀도 있다. 넉넉한 인심에 감동 먼저 받는다. 다 먹으면 셀프바에서 더 가져다 먹으면 된다. 다음은 굵직하게 썬 파채를 양념에 바로 무쳐주시는데 새콤달콤한 맛이 장어와 잘 어울린다. 대파 김치랑도 참 잘 어울리는 장어인데 굵게 썰어 낸 파무침도 좋다. 마늘도 정말 많이 주셨다. 사람 안된 거 어찌 아시고 먹고 사람 되라도 많이 챙겨주셨나 보다. 참맛 장어집의 장어 찍어먹는 기본 양념소스이다. 지난번 와서 먹었을 때보다 더 맛있어졌다. 전에는 거의 손도 안 댔었는데 이번에는 이 소스를 더 많이 곁들여 먹었다.
장어를 이리도 가지런히 잘라주셨다. 친절하지는 않지만 필요한 건 다 해주시는 츤데레 같은 직원분이셨다. 장어 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았나 보다. 다른 건 안 보인다. 어느 정도 초벌이 되었고 이제 여기서 조금만 더 바삭하게 익혀주면 곧 먹을 타이밍이다. 먹을 만큼씩 가운데 센 불에 올려놓고 천천히 즐기면서 먹으면 쫄깃 고소한 장어 맛을 느끼기에 더욱 좋다. 남원 참맛 장어의 장어는 부드러운 맛보다는 쫄깃한 맛이 좀 더 강하다. 그래서 살짝 얇게 잘라서 먹으면 더 맛있다. 장어의 종의 차이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이 쫄깃하고 탱탱한 맛이 굉장히 좋다.
왼쪽 소스는 여타 다른 장어집들 가면 기본으로 나오는 진득하고 달달한 데리야끼 소스인데 기본 상차림에 나오지는 않고, 셀프바에 따로 비치되어 있다. 이날은 참맛장어 집만의 기본 소스가 더욱 맛있어서 오른쪽 소스로 계속 먹었다. 식초를 넣어 새콤 달달한 간장 소스에 다진 마늘과 청양고추가 들어있던 소스였다. 샤부샤부 소스로 먹어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참맛 장어를 좋아하는 큰 이유 중 다른 하나이다. 참맛 장어의 훌륭한 셀렉인 고창 복분자주도 한 병 시킨다. 집 근처 장어집들에서는 보해 복분자주 위주로 판매하고 그중 보해 복분자가 맛이 제일 나아서 항상 보해만 마셨는데, 참맛 장어에서는 복분자주를 시키면 고창 복분자주가 나온다. 보해보다 훨씬 진한 맛이다. 고창 복분자주는 복분자 과실률이 높아서 인위적이지 않은 단맛이라 진한데 산뜻하다. 어떻게든 구해 먹으려고 사진도 야무지게 찍어놨다.
소스에 담가 뒀던 생강과 고추를 장어에 듬뿍 올려서 복분자주 한 잔, 장어 한 입 먹으면 쫄깃하고 고소하고, 새콤, 매콤, 달콤 다 한다. 내가 좋아하는 쌈추도 있어서 쌈추 위에 절인 깻잎 한 장 올리고, 장어와 생강, 고추, 마늘 등 먹을 수 있는 건 전부 다 올려서 한 쌈 싼다. 복분자주 한 잔 마시고, 왼손에 들고 있던 쌈 한 입에 털어 넣어주면 정말 행복하다. 사진 한 장 더 찍느라, 바쁘게 먹느라 힘들었다. 맘 같아서는 카메라 내팽개치고 싶었지만 이런 맛집은 망하면 안 되니까 널리 알리기 위해 열심히 찍었다.
셀프바에 가면 파프리카를 썰어서 비치해두셨는데 파프리카를 불에 구워 먹으면 그렇게 달고 맛있다. 사장님 센스 있으시다. 파프리카 싸지도 않은데 감사해요. 덕분에 야채도 많이 섭취하였다. 장어 1킬로 거의 다 먹어갈 때쯤 흐름 끊기면 매우 섭섭하니 서둘러 장어 0.5 키로 추가한다. 1키로 더 먹을 수 있었는데 또 다른 메뉴인 소갈빗살도 맛보고 싶어서 반만 추가했다. 0.5킬로 추가하면 장어 한 마리가 나온다. 아주 좋은 타이밍에 추가 주문해서 끊기지 않고 맛있게 잘 먹었다.
장어 다 먹었을 때 또 추가로 주문한 소갈빗살이 나왔다. 소갈비살을 시키면 싸서 먹으라고 생김을 통째로 몇 장 주신다. 이러면 공깃밥을 안시킬 수가 없는데요. 공깃밥도 하나 주문해서 노릇노릇 구운 김에 소갈비살 하나와 쌀밥을 얹어먹으니 역시 좋은 술안주였다. 하지만 참맛 장어에서는 장어를 더 먹도록 하자. 소갈빗살은 소갈비 전문점에서 먹는 게 좋겠다. 전부 맛있게 먹고 이 날도 배부르게 만족하고 왔다. 장어구이와 고창 복분자주의 궁합이 정말 좋았던 참맛 장어다. 참맛 장어를 가기 위해 또 남원 갈 이유를 만들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