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숙대입구 남영돈 :: 동네 이름 걸고 장사하는 자신감 넘치는 고깃집_솔직후기
숙대입구 남영돈 솔직 후기
우선 글 제목에 동네 이름 걸고 장사하는 자신감 넘치는 고깃집은 내가 아니라 남영돈 사장님의 말씀. 자부심이 넘치셔서 더 궁금해진다.
가브리살이 맛있고 웨이팅이 길다는 명성은 많이 들었지만 집에서 거리가 좀 있어서 방문하지 않았다. 그러다 본 유튜브에서 무슨 불가마에서 불을 때는 것 같이 숯을 피우는 걸 보고 끌려서 용산까지 찾아갔다. 남영돈에 도착하자마자 입구 근처에서 직원분이 숯을 쌓아놓고 불을 피우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오픈 시간은 오후 4시였는데 웨이팅은 피하고 싶어서 오픈 시간 10분 전에 도착했더니 이미 많은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홀에 테이블 수가 적지 않아서 더 기다리지는 않고 차례대로 들어갔다.
순서대로 입장해서 자리에 앉으니 테이블은 미리 세팅되어 있었다. 화로는 테이블 위 가운데에 위치해있고, 주변으로 밑반찬이 깔려있다.
개인 접시에는 소스가 준비되어 있는데 소금, 조개젓, 쌈장, 오징어젓과 와사비 5가지나 있으니 취향껏 골라먹으면 된다. 고기와 함께 곁들일 밑반찬으로는 쪽파 김치, 간재미회무침, 양파 슬라이스, 절인 배추와 장아찌, 보쌈 김치가 있다.
남영돈 고기 스타일은 두툼하고 육즙 많은 스타일이라 그냥 소금과 와사비 곁들여 먹는 게 역시 베스트였고, 생각보다 조개젓이 잘 어울렸다. 조개젓은 비릴 거라는 편견 때문에 평소 입에 대지도 않았었는데 맛있다는 평을 보고 시도해본 후 리필까지 해서 잘 먹었다. 하나도 안 비리니 조개젓 못 드시던 분들도 도전해 보시길!
주문하자 숯불보다 고기가 먼저 나왔다. 남영돈의 대표 메뉴는 역시 가브리살이다. 정육점이나 마트, 다른 고깃집에서 먹던 스타일과 조금 다르게 두툼하고, 지방이 찰지게 붙어있다.
첫 번째 접시는 항정살과 가브리살인데 중량은 180g 기준으로 18,000원, 16,000원이다.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평소에는 목살과 같은 지방이 적은 부위부터 먹고 난 뒤 추가로 특수 부위를 시켜먹는데 남영돈은 워낙 가브리살과 항정살이 유명해서 먹어보고 맛있는 것으로 추가하려고 가브리살과 항정살 하나씩 주문했다.
두 번째 접시는 추가 주문한 목살(15,000원)과 가브리살이다. 항정살보다는 가브리살이 더 나아서 가브리살과 목살을 추가 주문했다. 남영돈의 짱짱한 참숯 숯불에 구워 먹으면 육즙 자르르 더 맛있지 않을까.
고기가 먼저 나오고 참숯이 입장한 순서대로 참숯을 테이블 위 화로에 넣어주셨다. 백탄 참숯이 크고 빨갛게 달아오른 데다 양도 많아서 숯을 넣자마자 주변이 후끈하다.
석쇠는 화로 위가 아니라 그냥 숯 위에 얹어야 할 정도로 숯이 가득 차있다. 그러다 보니 석쇠 위에 고기와 숯의 거리가 상당히 가까워서 고기가 금방 익는다.
화력이 워낙 세고, 고기에서 나온 수분이나 기름이 숯 위로 떨어져서 불이 붙기라도 하면 그을리고 맛이 없으니 손님들이 일일이 굽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그래서 직원분들이 돌아다니면서 입에 넣기 직전까지 다 자르고 구워주셔서 굉장히 편하다. 직원분들이 굽기 쉽게 화로가 테이블 위로 올리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강한 화력과 직원들의 분주한 가위, 집게질 덕분에 고기가 빠르게 익고, 고기가 두툼해서 2인분이어도 몇 점 안 나온다. 그만큼 빠른 스피드로 고기를 먹다 보니 배가 금방 차지 않고, 곧이어 고기 2인분을 바로 시켰다.
직원이 다 구워주는 곳은 편하기는 한데 한 번에 다 구워주니 고기 식어서 맛없을까 봐 빨리 먹게 돼서 여유 있게 먹기가 힘든 게 좀 단점이다. 고기 4인분에 후식까지 먹고 나와도 한 시간이 채 안 걸린다.
처음에 고기를 주문하면 테이블당 김치찌개가 하나씩 기본 서비스로 제공된다. 고기와 김치를 잔뜩 넣고 걸쭉하게 푹 끓인 부드럽고 진한 스타일의 김치찌개다. 고기 다 먹고 후식으로 먹으려고 한쪽에 치워뒀다가 공깃밥 하나 주문해서 함께 먹으니 든든하다.
둘이서 고기 4인분 먹고, 김치찌개까지 먹으니 어느 정도 배가 찼지만 남영돈에서 물쫄면이 유명하다 하니 맛이나 보려고 주문해봤다. 배에 자리 없지만 거리상 또 올 것 같지는 않아서 무리해서 시켰다. 물쫄면은 김치말이 국수에서 쫄면으로 대체된 거라고 보면 된다. 뜨거운 화로 열과 고기의 느끼함을 씻어주는 시원한 맛이다.
기대감을 갖고 맛 본 남영돈의 가브리살은 예상만큼 맛있었다. 두툼한 고기를 강한 화력으로 빠르게 구워내니 육즙이 가득하고, 식감이 좋았다. 요즘 고깃집들의 고기질과 고기 굽는 방식이 상향 평준화되어서 항정살이나 목살은 기대만큼의 맛은 아니었다. 가브리살 하나 먹자고 굳이 찾아가거나 긴 웨이팅을 감수할 정도는 아니라는 건 개인적인 생각이고, 동네에 있다면 자주 찾아갈 만한 맛집에는 틀림없다.